이 작품은 1973년에 발표한 '하얀 돛배'라는 작품입니다.
몇 년 전 모 커뮤니티에서 이 만화의 그림 몇 장면이 공개되면서 '70년대 백합 만화'라고 알려진 적이 있었죠.
요즘에야 여성끼리 좋아하는 내용을 GL 또는 '백합물'이라 부르지만
사실 거의 50년 전에 이런 내용을 그리게 된 이유는 바로 '심의' 때문이었습니다.
과거에는 ‘남녀 7세 부동석’이라는 개념이 강해서 아동 청소년 만화에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를 묘사하면 부적절한 유해 매체가 되어서 사전 심의에 걸려 폐기나 수정 처분을 받았었습니다.
그래서 대신 자매 정도의 나이 차이가 있는 여성들 간의 깊은 우정 이야기를 다룬 것입니다.
지금은 오히려 이러한 상황이 더 어색하지만 그 당시에는 여성과 여성이 사랑하는 데는 그저 사이좋은 자매같이 여겼기 때문에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었죠.
만화의 내용을 간략히 적으면
바닷가 시골 마을에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던 숙아는 서울의 부잣집에 잔심부름 도우미로 가게 됩니다.
약초 연구가로 여러 가지 약을 만드는 기술이 있던 할아버지는 혼자 서울살이 가는 숙아에게 누군가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이 있을 때 먹이면 사랑하게 된다는 마법의 묘약을 줍니다.
부잣집에 도착한 숙아는 예기치 않은 운명의 장난에 휘말려 부잣집의 외동딸 란이와 함께 사랑의 묘약이 든 주스를 마시게 됩니다.
그러나 사실 란이는 불치의 병에 걸려 시한부 삶이고 그런 란이가 숙아와 가깝게 지내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란이 아버지는 란이를 유학파 의사와 결혼시켜 미국으로 보내 치료받게 하려고 합니다.
지금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막장일 수도 있는 독특한 내용이죠?
이 만화는 특별하게 1~3권 앞부분에 몇 장씩을 3도 컬러로 제작되었는데 당시 인기 만화작가의 작품에 특별히 서비스해 준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당시 만화 인쇄의 열악함 때문에 인쇄가 비뚤어진 부분도 많습니다.
만화의 전체 내용을 슬라이드식으로 편집해 아래 영상으로 만들었습니다. 확인해 보세요.
책 원본은 한국 만화 진흥원에 수장되어 있고 그쪽에서 스캔한 파일을 받아 손질했는데 책을 스캔하다 보니 페이지 안쪽이 떠서 그림이 말린 듯 왜곡된 부분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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